마블은 영화 소품 하나 하나, 장면 하나 하나에 장인 정신으로 공을 들이는 것으로 유명한데요. 그중에서도 그냥 일반적인 관람 속도로는 도저히 알아채기가 불가능한, 슬로 모션, 아니 정지 화면으로 봐야만 탄성이 나온다는 마블의 미친 디테일 몇 가지를 찾아봤습니다.
1 아이언맨 2 (2010) - 세계 지도에 표시된 와칸다 왕국
지난 2018년 2월 마블은 '블랙 팬서'의 박스 오피스 평정 기념으로, 이른바 '마블 빅 픽처' 영상을 공개한 바 있습니다. 이 영상에서는 '블랙 팬서'가 이미 '아이언맨 2'부터 기획된 마블의 빅 픽처였다는 사실이 언급되며 마블 팬들을 놀래켰는데요.
2010년 4월 개봉한 '아이언맨 2'에서 토니 스타크와 닉 퓨리의 대화 중 뒤로 보이는 디지털 맵을 정지 화면으로 보면 무려 아프리카 와칸다 왕국이 표시되어 있는 장면이 나옵니다. 토니 스타크의 왼쪽 뒤에 펼쳐진 세계지도의 아프리카 대륙 부분 오른쪽에 그려진 동그라미입니다.
이후로도 마블은 2011년 '퍼스트 어벤져'에서는 캡틴 아메리카의 방패가 와칸다 왕국에서만 생산되는 비브라늄으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공개됐으며, 2015년 개봉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에서는 브루스 배너의 입을 통해 와칸다라는 나라 이름이 언급됐고, 메인 빌런 울트론에게 비브라늄을 판매했던 자가 바로 율리시스 클로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등,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트찰라의 등장과 함께 와칸다의 실체가 직접 거론되기까지 수차례 와칸다에 대한 단서를 디테일로 숨겨놓으며 빅픽처를 그려갑니다.
2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2014) - 블랙 위도우의 화살 목걸이
지난 2014년 개봉했던 '캡틴 아메리카: 윈터솔져'에서의 나타샤 로마노프/블랙 위도우 장면을 정지 화면으로 보면 블랙 위도우가 화살 목걸이를 하고 있는 장면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네, 맞습니다. 2012년 개봉했던 '어벤져스' 때부터 꾸준하게 언급이 되어 왔던 호크아이의 주무기인 화살과의 인연이 담긴 목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2020년 개봉 예정인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 예고편에서도 블랙 위도우는 이 목걸이를 차고 있는 장면이 포착되었는데요.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의 시간대가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와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사이로, 나타샤 로마노프는 이 목걸이를 '캡틴 아메리카: 윈터 솔져' 때부터 '어벤져스: 엔드게임'까지 계속해서 착용했다는 것으로 추정이 가능한데요.
아마도 호크 아이와의 관계를 본격적으로 조명할 부다페스트 장면이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에서 등장할 예정이므로, 나타샤 로마노프의 화살 목걸이에 대한 사연 역시 '블랙 위도우' 솔로 영화에서 드디어 등장하지 않을까 예상을 해봅니다.
3 닥터 스트레인지 (2016) - 엔딩 크레디트에 삽입된 안전운전 경고문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에서 뉴욕, 아니 전 세계 최고의 실력을 지닌 신경 전문의가 람보르기니를 타고 도로를 질주하다 부주의하게 휴대폰 사용으로 인해 사고가 나서, 목숨이나 다름없는 손을 못 쓰게 되는 장면이 등장합니다. 부주의한 운전으로 얼마나 끔찍한 결과가 일어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인데요.
그래서인지 마블은 '닥터 스트레인지'의 엔딩 크레디트가 모두 올라가고 난 후 마지막에 "Driving while distracted can be hazardous to you and others on the road. Please drive responsibly. (부주의한 운전은 당신 자신과 도로 위 다른 사람들에게 큰 해악을 끼칠 수 있습니다. 책임감 있게 운전을 하십시오)"라는 문구를 삽입합니다.
4 스파이더맨: 홈커밍 (2017) - 피터 파커의 구형 아이폰 3GS 전면 유리 상태
2017년 개봉한 마블의 스파이더맨 솔로 영화 첫 번째 작품인 '스파이더맨: 홈커밍'에서 가난한 고등학생 피터 파커가 구형 아이폰 3GS를 사용한다는 설정도 섬세한 디테일이지만, 가만 보면 영화에서 몸을 사리지 않고 각종 사건 사고를 해결해나가는 피터 파커의 아이폰 3GS의 전면 강화 유리가 영화가 진행될수록 조금씩 균열이 커져가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처음에는 왼쪽 상단부에 조그많게 깨져 있던 피터 파커의 구형 아이폰 3GS는, 마지막 전투를 끝내고 화장실로 오라는 해피의 문자를 확인하는 장면에서는 거의 완파 수준으로 전면 강화유리가 박살이 난 상태입니다. 정말이지 이런 디테일은 누구 머리에서 나오는지 경탄 그 자체가 아닐 수 없네요.
5 토르: 라그나로크 (2017) - 헐크 가슴팍의 상처
2017년 개봉한 '토르: 라그나로크'에서 헐크의 왼쪽 가슴을 정지 화면으로 보면 가슴에 살짝 패인 듯한 상처가 있습니다. 이 상처는 2008년 개봉한 '인크레더블 헐크'에서 헐크가 어보미네이션과 싸우다가 왼쪽 가슴에 입었던 상처라고 합니다. 대단한 고증, 대단한 디테일입니다.
6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 하워드 덕의 등장 장면
공식 명칭은 '하워드 더 덕 (Howard The Duck)', 줄여서 '하워드 덕', '도널드 덕'의 카피 캐릭터인 하워드 덕이 마블 코믹스 등장인물이라는 사실도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겠지만, 마블 코믹스의 동명의 캐릭터를 주인공으로 지난 1986년에 나온 SF 코미디 영화 '하워드 덕'의 감독은 무려 조지 루카스였습니다. 조지 루카스 감독의 최대 실패작으로도 유명한 작품이죠.
하워드 덕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에 카메오로 등장했던 작품은 지난 2014년 영화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가 처음이었습니다.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에서 콜렉터의 수집으로 등장했다가, 쿠키영상에서 다시 한번 등장하며 존재감을 과시했죠.
이후 하워드 덕은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 VOL.2'에서는 욘두와 라바저스 일행들이 머물던 행성에서 또다시 등장해서 이번에는 19금 드립을 날리기도 했지만, 지난 2019년 개봉했던 '어벤져스: 엔드게임'에 하워드 덕이 등장했던 장면은 정지 화면이 아니면 확인하기가 힘듭니다.
'어벤져스: 엔드게임'에서 하워드 덕은 극중 후반 타노스와의 최후의 전쟁 장면 포탈 등장 신에서 와스프 옆 라바저스 군대 속에 기관단총을 들고 슬쩍 끼어 등장을 합니다. 1초도 안되는 짧은 순간이라 아무도 알아채지 못했던 마블의 미친 디테일이었죠.
7 어벤져스: 엔드게임 (2019) - 스타크 인더스트리 인턴 수료증 사진
'어벤져스: 엔드게임'의 마블이 미친 디테일 하나 더 추가하겠습니다. 양자 영역에서 우연히 빠져나오게 된 스콧 랭의 아이디어로 과거로 돌아갈 방법을 실험하다 난관에 빠진 어벤져스들은 해결책을 강구하기 위해 토니 스타크를 찾아갔지만, 토니 스타크는 일언지하에 시간 여행 방법을 찾는 것을 거절합니다.
하지만 토니는 그날 저녁 오두막 탁자 위에 놓인 피터 파커의 액자 속 사진을 보고 마음을 바꿔 프라이데이에게 아이디어를 하나 확인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뫼비우스의 띠를 뒤집힌 형태로 테스트할 것을 요구하게 됩니다. 결과는 놀라웠죠. 뒤집힌 형태로 구현된 뫼비우스의 띠 개념을 양자 영역과 시간 여행에 접목시키니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도출됩니다.
근데 토니 스타크가 뫼비우스의 띠 개념을 뒤집힌 형태로 구현하는 것을 그냥 떠올렸을까요? 아닙니다. 정지 화면으로 가만히 보면, 오두막 액자 속 피터 파커의 사진, 다시 말해, 숙모에게 보여줄 스타크 인더스트리에서의 인턴 과정을 수료했다는 포토샵 가짜 사진 속 피터 파커는 수료증을 아래 위가 뒤집힌 상태로 들고 있었습니다.
토니 스타크는 그 사진을 보고 뫼비우스의 띠를 뒤집힌 형태로 구현하는 아이디어를 떠올리게 된 것이랍니다. 어이가 없을 정도로 디테일한 마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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