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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터미네이터, 에이리언 만든 할리우드 특수분장의 거장 스탠 윈스턴

1990년대에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에서는 특수 분장이 차지하는 비율이 특수 효과보다 훨씬 더 높았습니다. '쥬라기 공원'의 랩터들은 일일히 사람들이 공룡 인형을 입고 걸어가며 연기를 했고, '에이리언'이나 '프레데터'도 후작업으로 특수효과를 넣었다고 해도 기본은 외계 괴물의 탈을 쓴 배우의 연기였습니다.

 

그렇다면 모션 캡처가 대세가 된 요즘의 할리우드에서 특수 분장은 전혀 필요가 없는 것일까요? 절대 아닙니다. 오히려 슈퍼히어로 영화나 SF 판타지물이 흥행을 하면서 기본적으로 배우들이 두르고 걸치는 수트나 아모를 창출하고, CG로는 채워넣기 힘든 사실적인 질감을 표현하기 위해 특수분장 기술은 더욱 정교해지고 있습니다. 

 

2018년 여름 한국 영화 최고의 기대작 중의 하나인 김지운 감독의 신작 '인랑'에서 강동원, 정우성 등이 착용하는 강화복 역시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는 한국계 미국인 바네사 리가 제작했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이런 수트는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터미네이터' 스켈레톤 골격에서부터 '에이리언', '프레데터'와 같은 외계 괴물, 그리고 '아이언맨' 수트 등을 제작한 할리우드 특수 분장의 거장 스탠 윈스턴에 대해 알아보는 시간 가져볼게요.

 

 

 

 1  존 카펜터 '괴물'로 유명세

알링턴 국립묘지로 유명한 미국 버지니아 주 알링턴에서 태어난 스탠 윈스턴은, 버지니아 주립대학에서 회화와 조각을 전공한 후, 1969년 배우가 되겠다고 할리우드에서 고군분투하다 결국 연기를 포기하고 월트 디즈니 스튜디오에서 분장 관련 기술을 습득하게 됩니다.

 

그로부터 3년 후 자신만의 특수 분장 회사를 차린 스탠 윈스턴은 각종 미국 드라마에서 특수 분장 실력을 발휘하며 여러 차례 에미상 특수분장상을 수상하는 등 주목을 받게 되고, 점차 사세를 확장해서 1980년대에는 할리우드 빅 스크린으로 진출 존 카펜터 감독의 걸작 공포 영화 '괴물'로 유명세를 얻게 됩니다. 

 

 2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만남

스탠 윈스턴의 명성이 몇 단계 일거에 상승하게 된 계기는 제임스 카메론 감독과의 만남이었습니다. 바로 1984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할리우드 메인 스트림 데뷔작이고 할 수 있는 '터미네이터'의 특수 분장을 맡으면서부터였죠. 

 

'애니메트로닉스'라는 용어가 있죠. 졍교한 로봇이나 생물체를 만들어 에어 컴프레셔를 동원한 공기압으로 움직이는 로봇인데요. 스탠 윈스턴이 '터미네이터'에서 창출한 T-800 애니메트로닉스는 컴퓨터 그래픽으로 표현 불가능한, 특수분장이 왜 존재해야 하는지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사례가 됩니다. 

 

 3  '터미네이터 2'로 아카데미 특수효과상과 특수분장상 동시 수상

'터미네이터' 특수 분장으로 전세계를 깜짝 놀래킨 스탠 윈스턴은 그야말로 할리우드 특수 분장사를 새롭게 써가는 놀라운 성과를 연이어 선보이게 됩니다. 

 

'터미네이터' 이후 1986년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차기작 '에이리언 2'에서 보여준 스탠 윈스턴의 한층 정교해진 특수 분장 기술은 아카데미상 수상으로 이어졌고, 팀 버튼 감독의 '가위손'과 '배트맨 2' 존 맥티어난 감독의 '프레데터',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터미네이터 2' 등의 작품에서 에드워드 시저핸즈, 펭귄, 캣우먼, T-1000 등의 불세출의 캐릭터들을 창출하게 됩니다. 

 

특히 1991년 개봉 년도 할리우드 최고 흥행작이자 아놀드 슈왈제네거 최고 흥행작이기도 한 '터미네이터 2'는 스탠 윈스턴에게 아카데미 특수 분장상과 특수 효과상을 동시에 안겨주며, 제임스 카메론과 스탠 윈스턴이 뗄레야 뗄 수 없는 최고의 파트너임을 증명하게 됩니다. 

 

 4  '쥬라기 공원'으로 특수 분장의 새 지평을 쓴 스탠 윈스턴

'에이리언', '프레데터',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서 할리우드 최고 수준의 외계 괴물과 로봇을 만들어낸 스탠 윈스턴의 특수 분장 기술이 또 다른 신기원을 선보인 작품이 있습니다. 바로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쥬라기 공원'입니다. 

 

많은 영화팬들이 사실을 알고 나면 깜짝 놀라곤 하는데, 스티븐 스필버그의 1993년도 작품 '쥬라기 공원'에서 거대한 몸집의 티라노 사우르스를 포함해서 강력한 발톱으로 무장했을 뿐더러 스스로 문을 돌려 열기까지 하는 두뇌를 소유한 랩터까지, 모두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모형에 사람이 들어가서 연기를 한 실제 촬영이었는데, 바로 이 작업의 핵심이 스탠 윈스턴이었습니다. 

 

 

스티븐 스필버그는 이후 컴퓨터 그래픽 기술이 훨씬 진일보한 1997년도와 2001년도의 '쥬라기 공원' 2편과 3편에서도 공룡과 사람이 대적하는 장면에서 컴퓨터 그래픽이 아닌 모형 촬영을 고수하기도 했는데요. 

 

그 이유는 지금과 같은 모션 센서 기법을 사용하지 않는 이상 사람이 직접 모형에 들어가서 연기를 하는 것이 당시로서는 가장 자연스럽고 리얼한 영상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인데요. 그 믿음을 굳건하게 실현시켜준 인물이 바로 스탠 윈스턴이었습니다.

 

 5  '아이언맨' 슈트

스탠 윈스턴은 지난 2008년 7년 이상 앓아왔던 지병인 다발성 골수종으로 캘리포니아 말리부 저택에서 가족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평화롭게 사망합니다. 사망 당시까지도 스탠 윈스턴은 '터미네이터: 미래전쟁의 시작'을 포함해서 '아바타', '아이언맨' 프로젝트에 아픈 몸을 이끌고 도움을 줬다고 합니다. 

 

스탠 윈스터의 사망에 아놀드 슈왈제네거는 할리우드의 큰 별이 졌다며 공식적인 추모의 글을 남겼고, 존 파브로는 스크림 어워드에서 '아이언맨'으로 최우수 SF 영화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스탠 윈스턴에게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전했으며, 2009년 개봉한 '터미네이터: 미래 전쟁의 시작'의 엔딩 크레딧은 스탠 윈스턴을 추모하는 헌사로 시작과 끝을 매듭짓습니다.

 

2017년 8월 27일 개봉하는 김지운 감독의 초기대작 '인랑'에서 늑대로 불린 인간병기 인랑의 강화복은 '아이언맨 2'의 토니 스타크 슈트와 '토르: 천둥의 신', '스타트렉: 다크니스' 등의 의상 등을 제작한 슈퍼슈트팩토리의 바네사 리가 제작했다고 합니다.   

 

이른바 패브리케이터, 다시 말해 할리우드 특수 의상 제작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인랑'의 공개된 포스터 속에서 원작 애니메이션을 뛰어 넘는 섬찟한 인간병기들의 모습을 효과적으로 구현한 '인랑' 강화복의 포스가 할리우드급임이 직감되었던 이유가 바로 스탠 윈스턴과 같은 대가들의 특수 분장 기술로 오랜 시간 공력이 채워진 할리우드의 역사이자 유산이 아닐었을까 싶네요.